일상을프레임에가두다

봄이면 우리들 간식이 되어줬던 달콤한 앵두.
빨갛게 익은 열매를 훑어서 라면봉지에 담아 학교운동장 미끄럼틀에 앉아 놀면서 먹던 그 시절이 아주 오래 되었지만 생생하게 머리속에 각인되어 있다.

 

앵두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고인이 된 '최헌'씨가 생각난다.

갑자기 세상을 떠나 깜짝 놀랐던 소식이었다.
얼마전까지 방송에 패널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것 같은데 조금 허무하게 우리곁을 떠나고 말았다.

어릴때부터 알고있던 낯익은 얼굴들이 추억속으로 사라진다는 것이 나이들어 간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기에 더 슬프고 무겁다.

 

도시에서 앵두꽃을 보는것은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어쩌다가 동네나 또는 남한산성에 갔다가 운좋게본다면 우선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카메라에 담아볼 것이다.

그렇지만 어릴때처럼 선뜻 따서 맛을 보는것에는 망설여진다.

어릴적 그 추억에 흠집을 내기싫고, 이제는 그 맛을 느낄 자신이 없고, 그리고 세상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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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봄에 사과,복숭아,매실,앵두 묘목을 사다가
앞마당에 일렬종대로 심어봤다.
6그루의 과실나무를 심었는데 너무 간격이 
좁다는 얘기를 지나가는 동네분들이 하는데
이제와서 다시 조정하기도 뭣하고해서
그냥 두기로 했다.

21년 봄.
제일 먼저 열매를 맺기 시작한게 바로 앵두나무다.
꽃이 활짝 피는가싶더니 꽃이 지고
앵두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사다 심은지 1년밖에 안됐는데
기대밖의 앵두나무의 선전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반신반의로 지켜보기로 했다.

처음에 사올때 나무가 약간 
기울어져 똑바로 세우느라고 막대기를 박고
끈으로 잡아당겨 강제로 자세를 잡았기때문에
아직은 작은 나무에서 앵두가 열릴거라곤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다.

하루가 다르게 앵두는 색이 변하고 
작은 나무에 가지가 휘청일정도로 많은 앵두가
달리기 시작한다.

6월이 어느정도 흘렀을때 
고민에 빠지기 시작한다.
그냥 떨어져 썩을때까지 놔둘것인가.
어릴적에는 한주먹씩 훑어서 간식 대용으로
먹었던 앵두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이제는 추억으로만 간직해야할 
감히 행동으로 옮기지 못할 나이가 된것 같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식초를 담가볼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웬만한 과실은 식초로 담근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앵두식초를 담그는 법을 보고
따라해보기로 한다.

생각보다 간단하다.
잘 씻어서 설탕과 앵두를 넣고 
한달정도 상온에 두면 식초가 만들어진다.

식초원액만 따로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먹으면 되는데 
뭘 잘못했는지 모르지만 맛이 신통치않다.

인터넷 검색을 하는데 겨우 찾은것이
왜 인기가 없는지 대변해주는 것 같다.

내년 봄에도 앵두는 이른 봄 
많은 앵두를 선물로 줄텐데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생각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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