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프레임에가두다

독수리가 보기 어려운 지역은 아닌데 유난히 가까이 모여든 독수리떼가 있어서
관찰하기로 했다.

동네 가까이 운전하고 오면서 하늘을 덮을듯이 모여든 독수리떼를보고
주변에 뭔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에 가서도 머리속에 독수리 생각밖에 없어서
더 늦기전에 다시 현장을 찾았다.
처음 봤을때보다는 숫자가 많이 줄었지만 내려다보이는
논위에 수십마리 독수리가 아직 있었다.

바람을타고 두엄 냄새가 진하게 차안으로 들어왔다.

'이거였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들이 공중에서 비행을 하면서 썩어가는 두엄냄새를 맡고 
여기까지 찾아온 것이다.
새들이 시각에만 의존해서 먹이를 찾는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생존방식을 가지고 있다.

또 그렇게 진화를 하고 있는 중이다.

독수리는 덩치에 맞지않게 직접 사냥을 하지 못한다.
발톱이나 부리를 보면 영락없이 맹금류지만 
왜 그런지 하이에나처럼 썩어가는 냄새만 찾아 다니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
까마득한 상공에서 시각에 의존해 먹이도 찾지만
죽음의 냄새를 맡고 찾는 것이 독수리에게는 더 쉬웠을지도 모르겠다.

차를 조심스럽게 논둑을따라 접근하면서 최대한 가까이 정차하고
소똥밭에서 껑충거리면서 신나하는 독수리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분명히 저 녀석들이 껑충거리는 것이 기분좋아서 그런것 같은데
아니, 소똥 천지에서 뭐가 좋다고 저러는 건지...

우리 옛말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는 말이 있는데 
단지 생존을위해 썩어가는 소똥위를 휘젖고 다니며 
히히덕거리는 녀석들을 보니 웃음이 나올수밖에...

그나저나 차안에 가득한 소똥 냄새는 왜 금방 없어지지 않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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