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에 갔다가 메밀밭을 발견했다.
누군가 집앞 텃밭에 넓게 메밀을
재배하고 있었고,
입구에서는 덩치좋은 진돗개 한마리가
위엄있는 자세로 경계를 하고 있었다.
그날따라 하늘도 너무 좋았는데
두가지를 화면에 담으려고 하니
실력이 미천하여 다 표현해내지 못했다.
Fagopyrum esculentum
화양(花養), 양자(養子)
꽃말 : 연인,사랑의약속
7~10월에 흰색, 때로는 연한 홍색으로 피는데 가지 끝에 많은 꽃이 모여 달려 총상 꽃차례를 이룬다. 5~6매인 꽃덮이는 흰색이거나 연한 붉은빛이 돌며 깊게 5개로 갈라지고 8~9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로 이루어진다. 메밀꽃은 같은 품종이라도 암술이 길고 수술이 짧은 장주화(長柱花)와 암술이 짧고 수술이 긴 단주화(短柱花)가 거의 반반씩 생기는데 이러한 구별을 이형애현상(異形蕊現象)이라고 하며 장주화끼리 또는 단주화끼리는 수정이 잘 되지 않는다.
메밀은 단백질이 많아 영양가가 높고 독특한 맛이 있어 국수·냉면·묵·만두 등의 음식 재료로 널리 쓰인다. 또 어린잎은 채소로 쓰이고 풋베기한 것은 녹사료로 우수하다. 메밀깍지로 만든 베개는 가볍고 통풍이 잘 되어 서늘하고 습하지 않아 열기를 식히고 풍증을 없앤다. 잎과 꽃에서는 혈압강하제인 루틴을 추출한다.
장선 꼭 이런 날 밤이었네. 객주집 토방이란 무더워서 잠이 들어야지. 밤중은 돼서 혼자 일어나 개울가에 목욕하러 나갔지. 봉평은 지금이나 그제나 마찬가지지. 보이는 곳마다 메밀밭이어서 개울가가 어디 없이 하얀 꽃이야. 돌밭에 벗어도 좋을 것을 달이 너무도 밝은 까닭에 옷을 벗으러 물방앗간으로 들어가지 않았나. 이상한 일도 많지. 거기서 난데없는 성서방네 처녀와 마주 쳤단 말이야. 봉평서야 제일가는 일색이었지 ---- 팔자에 있었나 부지."
아무렴 하고 응답하면서 말머리는 아끼는 듯이 한참이나 담배를 빨 뿐이었다. 구수한 자줏빛 연기가 밤기운 속에 흘러서는 녹았다.
"날 기다린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달리 기다리는 놈팽이가 있는 것두 아니었네. 처녀는 울고 있단 말야. 짐작은 대고 있었으나 성서방네는 한창 어려워서 들고날 판인 때였지. 한 집안 일이니 딸에겐들 걱정이 없을 리 있겠나? 좋은 데만 있으면 시집도 보내련만 시집은 죽어도 싫다지. 그러나 처녀란 울 때같이 정을 끄는 때가 있을까. 처음에는 놀라기도 한 눈치였으나 걱정이 있을 때는 누그러지기도 쉬운 듯해서 이럭저럭 이야기가 되었네 ---- 생각하면 무섭고도 기막힌 밤이었어."
"제천인지로 줄행랑을 놓은 건 그 다음날이렷다."
"다음 장도막에는 벌써 온 집안이 사라진 뒤였네. 장판은 소문에 발끈 뒤집혀 고작해야 술집에 팔려가기가 상수라고 처녀의 뒷공론이 자자들 하단 말이야. 제천 장판을 몇 번이나 뒤졌겠나. 하나 처녀의 꼴은 꿩 궈먹은 자리야. 첫날밤이 마지막 밤이었지. 그때부터 봉평이 마음에 든 것이 반평생을 두고 다니게 되었네. 평생인들 잊을 수 있겠나."
"수 좋았지. 그렇게 신통한 일이란 쉽지 않어. 항용 못난 것 얻어 새끼 낳고 걱정 늘고 생각만 해두 진저리 나지 ---- 그러나 늘그막 바지까지 장돌뱅이로 지내기도 힘드는 노릇 아닌가. 난 가을까지만 하구 이 생계와두 하직하려네. 대화쯤에 조그만 전방이나 하나 벌이구 식구들을 부르겠어. 사시 장천 뚜벅뚜벅 걷기란 여간이래야지."
"옛 처녀나 만나면 같이나 살까 ---- 난 거꾸러질 때까지 이 길 걷고 저 달 볼 테야."
소설 메밀꽃밒무렵 중에서
추억 통장
내게는 색다른 통장이 하나 있습니다.
이 통장은 비밀 번호도 없고,
도장도 필요 없습니다.
잃어버릴 염려도 없고 누가 가져가도 좋습니다.
아무리 찾아 써도 예금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찾아써도 늘어나고 새로 넣어도 늘어납니다.
예금을 인출하기도 쉽습니다.
은행에 가지 않아도 됩니다.
한 밤중에 자리에 누워서도 찾아 쓸수 있습니다.
이 통장은 '추억 통장'입니다.
통장에는 저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빼곡이 들어 있습니다.
더러는 아픈 추억도 있지만 그 아픔이 약이 되기도 합니다.
나는 가끔 이 통장에서 추억을 꺼내 사용 합니다.
꺼낼 때마다 행복도 함께 따라나옵니다.
소등을 타고 산길을 오르던 일,
가재를 산 채로 깨물어 먹으면 눈이 맑아진다는
친구의 말을 믿고 살아 있는 가재를 입안에 넣었다가
날카로운 집게에 혀를 물렸던 일,
소나기가 쏟아지는 신작로를 토란 잎 우산 받쳐들고 뛰던 일,
모깃불 피워놓고 멍석에 누워 쏟아질 듯
빽빽한 밤하늘의 별을 세던 일,
가난한 단칸방에서 비만 오면
스물 다섯 군데 구멍을 타고 떨어지는 빗물을 받으려고
장종지 하나까지 모조리 동원했던 일,
연탄 가스로 천국 입구까지 몇 번을 갔다가
다음에 오라고 해서 되돌아왔던 일들,
그리고 나를 사랑해주었던 많은 얼굴들........,
오늘도 추억 통장을 열고 추억 몇 개를 꺼내봅니다.
그리고 여기에 꺼내놓았습니다.
이 은행은 행복을 주는 은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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