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프레임에가두다

백학에서 작은 여행사를 하고 있다.
7명이 조합원으로 얼마전까지 바쁜 투어 일정들을 마치고
지금은 한숨 돌리며 그동안 진행했던 투어나 팸투어들을 정리해보고 있다.

여행업을 목적으로 한 마을기업이기에 
상품 역시 여행상품이다.
비무장지대에 인접한 지역 특성상 여행상품속에 
한국전쟁과 관련된 코스가 포함되어 있다.

어릴때부터 익숙한 지역이지만 
처음오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호기심을 자극할것이고
때로는 총소리에 걱정이돼서 괜찮냐고 되묻기도 한다.
귀가 아프게 들었던 질문들이라 웃으며 괜찮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익숙한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가보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게 할지도 모르겠다.

3월과 4월에 DMZ전문가와 협업하여 
팸투어를 진행했었다.
경기북부 시군에 산재해있는 유엔군참전기념비를 둘러보고
2023년 7월 정전협정 70주년을 앞둔 시점에
국내외 모든 사람들에게 역사적 사실들을 알리고
진행중인 휴전상태에 있는 한반도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여행사로서는 새로운 상품개발을 도모하는 의도가 있었다.

가평부터 시작해서 포천 동두천 연천 그리고 파주 설마리전적비까지...
빡빡한 일정때문에 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은 낮게 보여졌지만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주었고,

전문가들의 해설을 들으며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치열했던 한국전쟁당시의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연천에서 둘러본곳은 동이리에 위치한 '유엔군화장장시설'이다.
처음 조합원 역량강화일환으로 방문했을때는 
차한대가 겨우 통행 가능한 구불구불한 비포장길을 따라
올라가서 휑하니 서있는 건물의 잔해들을 마주했을때
오랜동안 방치돼서 관리가 잘 안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그리고 유엔군화장시설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했기에 
설명을 들어도 와닿지가 않았던것 같다.

그렇게 2년 가까이 흐르면서 옆에 사유지를 
사들여서 새롭게 꾸민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지만
지나칠때마다 그대로여서 그럼그렇지 하는 생각만 들었다.

그런데 정말 올해는 달라지고 있다. 
 팸투어가 끝난후 얼마있다가 지나는데 
포크레인 한대가 열심히 터를 닦고 있는 모습을 봤다.
반가운 마음에 근처에 내려서 사진을 찍고 사람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사유지를 사들이던지 임대하는것이 쉬운것이 아닐텐데
그래도 약속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겨울에 운이 제법 내렸을때 갔다가 찍은 사진들이다.
평소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수 있도록 정비도하고 
추모할수있는 최소한의 공간이라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게되는 곳이다.

나무들이 우거져서 가려져있었기에
오랫동안 존재조차도 모르고 있었다고하는데
동네 주민에 제보가 있었고 조사를 한 결과
충분히 역사적자료로서의 가치가 인정돼서 등록문화재가 됐다고 한다.

무분별한 개발논리에 흔적도없이 사라져가는
많은 역사의 흔적이 있는데 운이 좋게도 
관심있는 사람들에 의해 우리에게까지 이어진 것이다.
참으로 다행이 아닌가.

두 차례의 팸투어를하는동안
담아두었던 사진들이다.
DMZ,국방,언론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팸투어를 진행할수 있게돼서 진행하는 동안
집중을 많이 하게 된것 같다.

우리가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우리보다 더 절실하게 느끼며 마음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
부끄러운 생각까지 들었다.

한달 가까이 배를타고 이름도 생소한 나라를 도우러 왔던
20초반의 꽃다운 청춘들이 
평화를 위해 싸우다가 다치고 또는 목숨을 잃어 
한줌 재가되어 고국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그들을 위해 우린 관리 안하는 탓,
또는 진입로 공사는 언제하냐는 탓만 하며 
정작 올때마다 예를 갖추고 추모하는 의식은 하지 못했었다.

이제 부터라도 이벤트라고 생각하지말고
추모의식을 경건한 마음으로 진행할수 있도록 하고,
여행객이 와서 이곳으로 오게 된다면
역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추모할수 있도록
설명도해주고 그들의 왜 희생했어야했는지 설명해줘야겠다. 

주차 시설이 없던 곳이라
아래 큰길에 버스를 세우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걸어 올라와야했다.
이제 진입로가 생기고 주차장이 만들어졌으니 
최소한의 추모공간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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