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프레임에가두다

비가 유난히 많이 왔던 
지난 2020년 여름이었다.
며칠째 계속 퍼붓는 비에 걱정반 스트레스반으로
지내고 있었는데
한방에 싹 날려줄 긴장감 넘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골집의 방위가 조금 잘못돼서
원래 앞마당이 되었어야할 공간이 배수로를 사이에두고
작은 뒷마당이 되었다.
처음부터 작은 장독대도 그렇고 부엌에서 문열고 바로 나오면
처마같은게 없어서 비가 오거나하면 무방비상태나
다름없었는데 유튜브를 조금 보면서 응용해서
남아있는 목재를 이용해 처마를 만들었다.

비가 아무리와도 이젠 문열고 편안하게
나와볼수있으니 그것만으로도 값어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간헐적으로 쏟아지는 비를 피하며 처마밑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발앞에 기다란 뭔가가 늘어져있는걸 봤다.
1~2초 사이에 끈인가 했다가 나도모르게 
순간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걸 느낀다.
바로 다 자란 성체 유혈목이(꽃뱀)이었다. 

하마트면 밟을뻔했다는 아찔함도 잠시,
길게 늘어진 끝을보는 순간
본능적으로 핸드폰을 열어 찍기 시작했다.

며칠전 새벽에 일어나 앞마당에서 봤던
그 두꺼비일까?

동영상을 담는 중간 집에 들어가
노모께 얘기하니,
아무렇지 않다는듯이
"두꺼비가 겅중겅중 뛰어 가는데 뱀이 그냥 막 쫒아가더라구"

유혈목이(꽃뱀)이 두꺼비를 사냥한 것이었다.
들은 얘기로는 꽃뱀(유혈목이)가 두꺼비를 일부러
찾아다닌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하니,
스스로 독을 만들지 못하기때문에 두꺼비를 먹으면서
두꺼비의 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인터넷상에선 저마다 전문가랍시고 
말들을 하는데 백과사전같은데는 그런 내용이 없다.
어떤게 맞는건지 알길이 없다.

1시간이 훌쩍 넘게 혈투를 벌이는 모습을 
비정하게 바라봐야하는 마음이 너무 아프지만
생태계에 인간이 관여한다는게 아주 필요한 순간이 아니라면
잘못된거라는 것을 많이 보고,들었던터라
미안하지만 어쩔수없었다.

그런 얘기도 들었다.
살무사같은 독사는 두꺼비를 먹으면 죽는데
유혈목이(꽃뱀)는 오랜세월 진화를하면서
내성이 생겨서 두꺼비독을 오히려 이용하게 된것이라고.

이것도 확인이 필요한데 
백과사전엔 없는 내용이다.

어린시절을 생각해보면
풀섶에서 만나는 유혈목이(꽃뱀)는 
겁이많아 꽁지가 빠져라 제일먼저
시야에서 사라져 소름조차 느낄수없는 뱀이었다.
반면에 살무사(살모사)는 어떤가.
자신이 독이 있다는걸 알기때문에 그런지
사람과 같이 움직이려고한다.
도망가는게 아니라 스물스물 움직이며
'나는 지금 도망가는게 아니야, 내 갈길 가는거야'
라고 말하는 듯하다.

비가 또 세차게 퍼붇고 있다.
시간이 길어지면서 긴장감도 조금 풀어지고
쪼그리고 앉아있는 것이 불편하기도해서
잠시 들어갔다가 나오니
두꺼비의 버티는 힘이 눈에 띄게 약해진것을 확인했다.
다 자란 성체 유혈목이가 두꺼비 성체를 
제압하는게 쉽지는 않아보이는데 
포기하지않고 물고 있었던 시간이 길어지자
서서히 균형이 깨지고 있었다.

그렇게 아주 천천히 
두꺼비는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이젠 유혈목이(꽃뱀)가 어떻게할까가 궁금해진다.
운명처럼 두꺼비를 사냥해야만하는 것이라면
머리는 고통과 비위상함으로 가득차지만
몸이 그렇게 움직이니 거스를수도 없게 된 것이다.

동영상을 담은지 거의 1년이 되가고있다.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뱀의 수명이 야생에서는 4~5년 정도 된다는데
이번 여름에도 두꺼비를 찾아 내려올지,
아니면 자손을 만들고 저 세상으로 갔을지.

시골이라 문열고 나오면 초저녁에
느릿느릿 움직이며 벌레를 잡으려고하는
두꺼비를 어렵지않게 볼수있다.

사라진 두꺼비의 자리를 또 다른 두꺼비가 
채우고 있는 것이다.

건전한 상태계의 유지를 위해서도 
우리는 철저하게 '방관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반응형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