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권의 책이 우리에게 전해지는 과정이
너무나 드라마틱하다.
조선시대에는 쉽지 않았을 바다속 생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16년동안 유배생활을 하면서 기록으로 남긴 책이다.
실제로 바다에 들어가지 않고는 알수없는 바다고기들의 특징들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정약전은 정약용,정약종등과 형제다.
실학을 통한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했던
그들의 꿈은 완성돼지 못하고 좌절되고 만다.
천주교를 배우며 개혁을 꿈꾸던 그들을 노론 벽파를 중심으로하는
보수파들이 곱게 생각할리가 없었다.
정조가 총애하고 방어막이 되어 줬지만
집요한 보수 정적의 공격은 계속되었다.
정조가 죽자 그들의 압력은 더 거세졌고 결국
유배를 떠나게 된다.
1801년 신유박해 사건으로 정약전은 흑산도로 유배를 가게 된다.
책에서도 나와있지만 모진 고문을 당하고 어린 아들을 남겨두고 떠나는
모습이 상상이돼서 마음이 무거웠다.
흑산도에서 정약전은 섬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그들의 삶속으로 철저하게 들어갔던 것 같다.
높은 양반이 외진 곳으로 유배를 와서 고독하게 격리된채
살아갈줄 알았는데 16년의 유배생활동안 그들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으니 말이다.
정약전은 유배생활 동안
아들을 잃는 아픔도 겪었다.
이유를 알수없는 병으로 갑자기 죽은 것이다.
당시 붕당정치의 폐해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음모론도 가능한 일이다.
정약전은 마을 사람들 특히 '창대'라고 불리는 소년의 도움으로
바다물고기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자세한 내용을 기록으로 남겼다.
자산어보에는 200종이 넘는 물고기들의 조사 기록이 있다.
정약전은 까치복을 설명하면서 강한 독이 있으니 위함하다고 말한다.
지금도 간간이 독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는데
복어는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조리할정도로 까다롭고 위험하다.
참게를 보고는 자신이 살았던 한강에서 봤던 참게를 잠시 떠올리기도 한다.
옛 사람들은 게를 '무장공자'라고 불렀다고 한다.
내장이 없어보여서 그렇게 지었던 것이다.
정약전이 남긴 자산어보는 어느 집의 벽지로 붙어있어서
우리가 못볼수도 있었는데 정약용의 노력으로 되살아났다.
유배를 마치고 달려온 정약용이 자료를 모으고
자신의 제자인 이청을 시켜 필사하게 한다.
그렇게 필사된 책들이 우리에게 남겨진 것이다.
해양생물관련 유일한 책이었을 것이다.
보통의 상황이 아닌 유배라는 가혹한 환경에서
집념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고
사람 냄새가 나는 책이다.
섬 사람들과 융화되고 그들의 삶속으로 들어가
애민정신을 실천했던 정약전의 삶을
잠시 들여다본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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